▶ 쌍둥이 이모의 고군분투 생존기
여기 어느 날 갑자기 이모라는 지위를 부여 받은 여자가 있다. 그것도 쌍으로 두 명에게서! ‘이모’라는 지위를 받아들자마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이 여자는 덜컥 강제로 어른이 된다. 어리둥절한 마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여자는 이 지위에 올라탄 채 ‘쌍둥이 조카 육아’라는 새로운 세상을 맞닥뜨린다. 때로는 육아의 주체 인력으로, 때로는 육아의 보조 인력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이 여자는 ‘이모’라는 이름 아래서 조카들의 성장을 꼼꼼히 지켜본다. 그러나 이 책은 육아를 다루는 글이 결코 아니다. 어느 편협한 세상에서 작은 몸집, 좁은 눈, 얕은 안목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특히 이 책은 조카와 이모의 성장 경로를 견주어 보는 방식으로 두 가지의 삶을 추적해 나가면서 일상이 주는 소박한 기적을 보여 주는 글이다. 또한 누군가의 이모로 살아가는 이 땅의 많은 여자들, 한두 번쯤 세상의 호구로 살아본 사람들, ‘실패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리고 용기보다는 좌절이라는 이름 쪽에 더 가까이 서 있는 사람들에게 텁텁한 위로를 건네는 글이다. 이모는 조카들과 함께한 눈 맞춤과 온기들이 얼마나 자신을 따뜻하게 데워 왔는지를 독자들에게 낱낱이 들려주고자 한다. 또한 이모 주변은, 조카들이 다녀간 곳과 다녀가지 않은 곳이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음을 알리고자 한다. 조카들이 헤집고 간 이모의 방은 종종 ‘난장판’이 되곤 하지만, 그들이 남기고 가는 자리마다 이모는 장난기 가득한 그들의 온기를 느낀다. 이제 이모는 하루라도 조카들을 보지 않으면 마음에 뾰족뾰족한 가시가 돋는다. 이모의 까슬까슬한 마음의 결을 순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쌍둥이 조카 녀석들. 이모는 이제 세상에 새로 온 쌍둥이 조카, 그 두 생명들과 뒤늦은 걸음마를 시작하려 한다. ‘인생에 넘어짐’, ‘세상에 부딪힘’, ‘그럼에도 다시 인생을 일으킴’이 그녀의 생(生)을 타고 신명나게 연주되는 그 작은 순간들을 이 책에서 살뜰히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황금이모? 호구이모?
이 글에는 화려한 빛이나 눈부신 조명 따위는 없다. 자신을 비추는 조명 하나 없이 ‘이모’라는 자가 세상 속에 던지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이 글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 같은 것도 없다. 다만 그 대신 이 글은 세상에 주눅 든 사람, 혹은 ‘되는 일 하나 없네.’ 라는 볼멘소리로 하루를 닫는 어느 사람에게 찾아갈 수는 있다. 또 세상과 맞서는 일이 피곤해진 어떤 이들의 침대 머리맡에 한 자리쯤을 차지한 채, 미세한 위로를 건넬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 ‘나 같은 바보가 여기 또 있네.’라는 위안을 받을 수도 있고, ‘왜 저렇게 사누?’라는 안타까움을 쏟아 내며 이 여자의 인생에 간섭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또한 커다란 인생 굴곡 그 사이사이에서 혹시 내가 놓치지는 않았나 싶은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행복’을 아주 조금은 눈치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 출판소감문
때로는 평범한 사람도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반짝, 하고 빛날 때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전에 없던 순간이자, 가장 반짝이는 순간이다. 내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마침내 책으로 나왔다. 고로 나는 지금 조금씩 반짝이고 있다. 이러한 반짝임은 특정한 인연에서 출발한다. 그 인연이 있었기에 내가 살아갈 수 있었고, 지금의 이 글도 자라날 수 있었다. 나는 그 인연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주었다. 호구이모, 황금이모, 백수이모, 패기이모, 영원한 이모, 빛나는 이모, ……. 그 인연들이 나를 이 책으로 불러들였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구르는 재주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던 나. 마치 ‘굼벵이’ 같았던 내가 기어이 책을 냈다. 남들의 속도에 나의 속도를 맞춰 끼우려던 것을 포기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시작하자 내 이야기가 내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의 속도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을 넘어지면서 근근이 생을 이어왔더니 어둠이 그치고 기어이 빛이 나오긴 나온다. 나는 지금 그 빛의 길목에서 쭈뼛거리며 느릿느릿 서 있다. 솔직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여기까지 버텨 온 나의 이야기 덕분에 내가 나만의 책을 내게 될 줄도 몰랐다. ‘달걀도 굴러가다 서는 모가 있다’라고 했다. 모든 일은 어떻게든 끝나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나의 호구 시절도, 나의 백수 시절도 어느 날 갑자기 막을 내렸다. 당시에는 ‘끝났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솔직히 지금껏 걸어온 내 모든 길목에 대고 축배를 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세상에 내어놓으려는 지금, 아주 작은 잔을 들고 내 방에 홀로 앉아 한 자 한 자 글을 쓰며 이렇게 되뇔 수는 있겠다.
“자네, 오늘도 수고했구먼.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그러고 나서 나는 다음 장막을 걷어 올린다. 나는 또 다른 생을 펼친다. 이제 그 생에서 더욱더 ‘대놓고’, ‘마음대로’, ‘있는 힘껏’ 내 사람들을, 내 이야기들을, 내 인연들을 사랑해야겠다. 이 책이 내게 선물하는 삶들에게 마음껏 응답해야겠다. 그것이 세상에 태어난 내 책에 대한 예의이자 보답일 것이다. 내 삶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이 책에게, 그리고 나의 가족들에게 나는 ‘끝나지 않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