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그중에서 가장 흔히 영어를 한 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어휘력을 높이려고 중요 단어들을 힘들게 암기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어는 외국어인 탓에 어휘력을 높이려면 단어들을 무작정 외우기보다 핵심 어원들을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편이 아무래도 효율적이다. 일단 이렇게 어원들을 이해하면, 학습하지 않은 단어를 만나는 경우에도 대략적으로 그 의미를 짐작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가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글(한국어)의 경우는 사정이 딴판이다. 한국어는 태어날 때부터(심지어 태어나기 전부터도) 마치 익숙한 옷처럼 우리에게 자연스러워서, 대부분의 기본 단어들은 생활 속에서 저절로 습득되는 편이며 조금 어려운 어휘도 학교 교육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내면화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중에는 특별한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이상 굳이 시간을 투자해서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거나 단어들을 익히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정확하게 구사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이것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어의 경우도 모국어 화자들 중 다수가 우리 생각처럼 영문법을 잘 알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런 사정이 우리에게 면죄부는 아니다. 우리가 한국어 화자로서 지금껏 우리말에 대한 특별한 관심 없이 무심코 한글을 사용해온 현실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문제들은 흔히 언론에서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종종 쟁점으로 다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 언어 파괴 현상처럼 무언가 거창한 개념을 늘어놓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좀 더 제대로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표현하려는 것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이하 『잡학사전』)은 한국어와 관련된 우리의 현실적 고민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유용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활용도가 아주 낮은 현학적인 어휘들을 익히기 위한 학습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대단히 많이 사용하면서도 바로 그런 이유로 정작 정확한 의미나 어원에 대해서는 대단히 무지한 어휘들을 자세히 알기 쉽게 소개한다.

솔직히 처음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법 아는 척 좀 할 수 있겠군’ 하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읽어 나가면서 ‘내가 우리말을 정말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었구나!’라는 자책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감안하다’(생각하다, 고려하다)나 ‘수순’(순서, 차례)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사실, ‘지단’이 계란을 가리키는 중국어에서 기원했다는 사실, ‘이판사판’이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등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우리말 지식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또한 『잡학사전』은 그 제목에 걸맞게 책장 가장자리에 그 지면에 수록된 어휘들에 대한 색인을 포함시켜서, 독자들이 찾고자 하는 단어들을 훨씬 수월하게 찾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이수열 선생님이 쓰신 『우리말 바로 쓰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거기에 덧붙여서 이 『잡학사전』을 늘 곁에 두어 틈틈이 읽고 익힌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눈에 띠게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어 올바로 사용하기를 항상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