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서술할 때 대개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천지창조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언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대에 도착할지 까마득해진다. 산 정상에서 출발하는 등산처럼 모순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먼 과거로 돌아가 파라오의 무덤부터 파헤치는 역사적 고찰이 아니라 지금의 정원들을 둘러보고 이들이 파라오의 정원과 어떤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피고자 했다. 서양 정원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첫머리에 등장하는 ‘이집트 벽화’가 아니라 1959년에 만들어진 ‘시인의 정원’을 첫 장면에서 소개한 까닭은 이 때문이다.
유구한 조경의 역사를 100장면에 압축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1959년을 전후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원의 유전자를 찾아 역사 속을 지그재그로 탐험했고, 그 길에서 만난 수많은 인물과 도시와 신화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현대 조경은 물론이고,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풍경화식 정원의 대표작도 등장하지만, 그보다는 각 시대마다 새로운 정원을 일궈낸 배후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익히 잘 알려진 정원을 소개하는 자료 하나를 더 보태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마치 탐정이 된 기분으로 역사의 뒤안길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 저자의 발품 덕분에 ‘정원과 공원, 건축과 도시, 미술과 문학, 생태와 미학, 자연과 신화’를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조경의 역사를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