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자본주의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하는 판타지 성장소설
“팔 게 없으면 슬픔과 분노라도 내놔!”
판타지가 현실에 대한 메타포임을 통렬히 드러내는 이 소설은 전체주의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1984』, 과학 문명의 발달이 가져올 재앙을 비판하는 미래소설 『멋진 신세계』의 계보를 잇는 디스토피아 소설로서 극단적 자본주의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하는 작품이다.
가상의 도시, 아고라에서는 모든 것을 사고판다. 팔 물건이 없는 사람들은 기쁨, 슬픔, 용기, 분노, 추억 같은 정신적인 가치까지 병에 담아 내다 팔아야만 먹고 살 수 있다. 벼랑 끝에 내몰려 감정마저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이제 눈물도 웃음도, 분노도 다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이들의 모습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누구에게나 자유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력을 팔 수 있다는 극히 제한된 자유만이 허용되는 우리의 현실처럼 아고라에서도 12살이 되면 자신의 노예 계약서에 타인이 아닌 자신의 인장을 찍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야 세련된 것이며 포커페이스할 줄 알아야 프로로 대접받는 도시인들이 점점 무기력해지고 냉소적으로 변하는 것처럼 아고라 사람들은 모든 감정을 내다팔아 냉소마저 남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