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세다리스, 이솝 우화를 업그레이드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동물우화를 읽어왔다. 고대 그리스에는 이솝이 있었고, 17세기 프랑스에는 라퐁텐이 있었다. 중국과 인도에도 수많은 우화가 있다. 특히, 이솝 우화는 약간의 반전이 가미된 단순한 줄거리와 특정 인간 부류로 쉽게 의인화될 수 있는 등장 동물의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고, 이는 어른을 위한 도덕교육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양한 읽을거리가 도처에 넘쳐나는 현대에서 동물우화는 어떤 모습일까?
세다리스는 서양의 전통적 동물우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이 상징하는 그 어떤 선례도 따르지 않는다. 꾀 많은 여우, 소심한 토끼, 용감한 사자, 잔인한 늑대, 인내심 많은 당나귀 대신에 세다리스 우화에서는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다람쥐, 자식을 무시하는 황새, 친구들에게 이기적이고 잔인한 젖소, 바람피우는 아내 곁을 끝까지 지키려는 개, 경계심 많고 무지막지한 토끼가 주인공이다. 세다리스에게 동물 캐릭터는 이야기를 낯설게 하는 수단이자, 진부함을 피하고 도덕적 책임감에서 벗어나 인간 존재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것으로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다.
열여섯 편의 우화와 함께 베스트셀러 어린이책 '올리비아' 시리즈의 작가 이언 포크너의 그림을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언 포크너의 삽화들은 세다리스 글의 보완재에 머무르지 않고 줄거리 전개에 적극 개입하거나('황새의 자녀 교육'), 두 페이지 가득 채운 그림을 통해 아주 극적인 상황 전개를 주도한다('병든 쥐와 건강한 쥐'). 물론 이언 포크너의 그림이 있다고 해서 세다리스의 우화가 어린이용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