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품는 따뜻한 얼음의 메시지
힘내라는 한마디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는 공감의 시선
헤르츠티어라는 사진가가 있다. 그는 사진으로 글을 쓰고, 글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마음을 뜻하는 독일어 ‘herz’와 짐승을 의미하는 ‘tier’의 합성조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타 뮐러의 동명 소설(『마음짐승』) 속 한 문장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다. 낮에는 문학편집자로, 퇴근 후에는 길에서 사진 줍는 사람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길 위의 성실한 관찰자로서 우리 삶의 비의와 사랑, 슬픔이 맺혀 있는 인상 깊은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왔고, 그라폴리오 스토리전 Vol.1에 참여해 석 달간 첫 사진전을 갖기도 했다.
사진에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머무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한 세계를 이루는 사랑과 그 세계가 일순 사라져버렸을 때의 상실의 감각이 주를 이룬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면서 또 쉽게 공유할 수 없는 아픔인 상실감과 슬픔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둠 속을 더듬어 빛을 찾아가는 사진의 원리나 과정과 비슷하다고 작가 헤르츠티어는 말한다.
이따금 오래전에 찍은 사진 파일들을 열어 보다 그 낯섦에 잠시 고개를 갸웃할 때가 있다. 분명 내가 찍은 사진인데, 왜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거나 이제는 별 감정 없이 볼 수 있게 된 게 낯설기도 하다. 장면을 포착해 셔터를 누른 나, 사진 속 대상과 교감하며 셔터를 눌렀던 나는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존재인 것만 같다. 작가이자 미술평론가 존 버거는 모든 사진에는 내레이터가 있다고 말한다. 무심히 찍은 한 장의 사진에조차 촬영자의 시선이 있고, 그 순간의 교감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나와 함께 있었던 연약하고 무상한 존재들의 숨을 기억하는 방식, 그것이 사진 예술의 한 특성이기도 할 것이다. 헤르츠티어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은 곁에 있을 땐 있음을 보고, 없을 땐 그 없음을 보려고 애쓴 사진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