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양화가로 구체적인 이미지 대신 연속적인 사각 공간속에 배열한 점묘(點描)기법을 사용해 한국 근대회화의 추상적 방향을 여는 선구자로 평가받는 수화 김환기. 대표작은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에서 모티브를 얻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한국의 피카소라 칭송받는 그의 전시회 도록인 『김환기』.
30년대 일본 유학 중에 모더니즘을 접한 김환기는 이후 모더니즘 1세대라 불려왔다. 1963년 작가로 참여했던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계기로 '세계미술'을 접하고 이후 '샘적추상'이라는 자신의 화법을 개척한 그는 이중섭처럼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도 이응노처럼 정치적 시련을 겪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림에는 누구보다 성실했고 따뜻한 우아함을 화폭에 담았다. 격동의 시대를 지나 온 예술가에게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느낌이다.
김환기는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화가로 평가받는다. 한국적인 것, 곧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이해하며 사랑한 화가였고, 한국적인 것의 가치를 자신의 방법에 따라 충분히 세계적인 것으로 창조해냈다는 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캐치프라이즈가 전 국민을 들뜨게 했던 적이 있었지만 세계적인 것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체계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것을 만드는 시도를 성공했다는 의미에서 김환기는 세계적인 화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