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그들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결혼 후 이야기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속 공주와 왕자는 각종 고난을 겪은 후 마침내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다. 동화의 끝은 언제나 같다. “그리하여 그들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결혼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며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여기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결혼 그다음 이야기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커플이 있다. 이제 막 결혼한 앨리스와 제이크는 여느 신혼부부들과 다르지 않다.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근사한 저녁을 차려 상대방을 기쁘게 한다. 신혼의 달콤함에 푹 빠져 지내던 어느 날, 결혼 선물로 작은 상자와 카드가 집으로 배달된다. 상자의 정체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회원제 모임 ‘협정’의 가입 신청서. 결혼도 엄연한 일종의 계약이며 지켜야 할 규범이 있고, 어겼을 때 그에 합당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 생활이 가능하다고 믿는 ‘협정’에 이 신혼부부는 깊숙이 빠지게 되고 회원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협정’ 매뉴얼을 전달받은 앨리스와 제이크는 한 달에 한 번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며, 분기별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항목에 흥미로워한다. 지키지 않았을 때 겪어야 하는 처벌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부부는 각자 일에 치여 조금씩 서로에게 소홀해지고, 결국 앨리스는 ‘협정’에 소환되기에 이른다. 재소자라고 쓰인 죄수복을 입고 ‘협정’이 소유한 감옥에 갇혀 수감 생활을 한 앨리스는 도청 장치가 들어 있는 팔찌를 차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로 두 사람은 ‘협정’의 미행과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 화목한 부부로 보일 수 있도록 역할 놀이를 하기에 이른다. 모든 개개인이 각자 다르듯이 모든 결혼 생활 역시 하나의 매뉴얼로 규정될 수 없는바, 앨리스와 제이크는 ‘협정’ 안에 감춰져 있는 모순과 부조리를 깨닫고 이 거대한 조직에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 속 ‘협정’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이상적이다. 회원들을 위해 분기별 파티를 주선하고, 소홀하기 쉬운 일상의 배려와 감사를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심지어 배우자 간에 매력을 잃지 않도록 정기적인 체중 측량을 통해 트레이너를 붙여주기도 한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으면 죄목별로 형량이 정해지는데 이는 처벌을 통해 좀 더 나은 배우자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취지이다. 철저하고 강박적인 규칙 속에서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자유를 즐기며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살 것인가. 두 가지 길 앞에 놓인 앨리스와 제이크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이 소설을 즐기는 묘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