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이후, 서로 의존하는 세계
정치, 경제, 문화의 점진적인 세계화는 1945년 이후의 세계에서 명백한 현실이었다. 냉전으로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자유 시장 원칙이 창안한 새로운 경제적 질서는 일부 국가에는 성장을, 중동과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는 불평등을 가져왔다. ‘서로 의존하는 세계’는 세계대전이 끝난 무렵부터 초국적 공동체가 민족국가의 오랜 지배에 도전하기 시작한 시대에 이르기까지 지난 60년간 세계를 형성한 힘을 밝히고, ‘인류세’의 도래와 세계화의 역설 속에서 다양한 시각을 통해 전통적인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네트워크를 구축한 개인과 집단을 조망한다.
1 국가와 권력관계의 변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반추축국 동맹은 분열되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소련의 대결은 열강들이 서로 경쟁하는, 전통적인 지정학적 이야기일 뿐이었다. 물론 냉전 논의의 핵심 질문은 왜 그것이 ‘차가운’ 상태에 그쳤는지, 그리고 제3차 세계대전으로 치닫지 않았는지였다.
사실 미국과 소련의 관계가 처음부터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일련의 불운과 오해와 오산으로 말미암아 세계 정치는 양극 경쟁으로 귀결되었다. 미국과 소련 양측은 모두 내정상의 이유로 위기를 확대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군사동원, 정치 결속, 경제 전략 등 모든 것이 국가 안보라는 미명으로 강화될 수 있었다.
2 세계경제의 문호 개방
냉전이 더러 세계를 분열시키는 경향을 띠었던 반면에, 1945년 이후 경제는 그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무역과 투자, 교류와 관련해 상호 연결된 개방 체제를 발전시키는 데 미국이 수행한 역할은 컸다. 그리고 그 체제는 결국 완전한 규모의 경제 세계화를 낳았다.
미국의 냉전 전략은 소비에트 블록 국가들보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상대적으로 강력한 경제력을 갖도록 만들었다. 결국 무역 관행의 자유화로 인해 독일과 일본, 일부 국가들은 경제력이 강해져 미국의 주요 경쟁자로 발돋움했다. ‘미국식 개방경제체제’는 분명히 세계경제의 지구화에 성공했다. 게다가 유럽과 아시아의 번영에 기여한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20세기 말까지 중동과 남미의 대부분 국가는 그 수혜를 받지 못했고, 아프리카는 계속 저개발 상태였다. 21세기가 되어서야 변화가 시작되었고, 세계 전역의 많은 관찰자가 ‘미국의 세기’가 끝났다고 주장하게 되었다.
3 인류세: 인간과 그들의 행성
환경과 환경주의의 역사는 여태껏 대체로 다른 것과 분리된 채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사를 정치, 경제, 문화와 나란히 놓아야 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새로운 시기, 다시 말해 충적세는 끝났고 다른 새로운 시기, 즉 인류세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은 세계 인구의 완만한 증가에 필요한 무수한 활동을 위해 공간과 자원을 충분히 제공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지구 인구가 두 배로, 곧 다시 세 배로 증가한 데다, 그들의 상당수가 조상들보다 더 편안하게 살 공간을 찾아 도시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인해 이제 공기와 물은 과도하게 사용되어 결국 오염되었다. 또한 에너지자원도 인간의 활동을 다 지탱할 만큼 충분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대체에너지원으로 지구 전역에서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었지만, 위기(‘용융’)가 발생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4 세계 문화
사람들과 공동체가 문화 세계화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또한 그것에 공헌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1945년 이후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사실 문화 전통과 사회 관습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원화와 동질화가 함께 진행되었다. 생각과 취향과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식이 다양성의 옹호와 함께 발전했다.
서로 떨어져 있던 사람들은 이주와 여행과 소비 같은 여러 현상을 통해 연결되었다. 그 현상들은 하나의 단일한 세계 문화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세계 문화들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편 여성들의 이야기는 보통 민족사의 틀에서, 그렇지 않다면 민족을 넘어 여권운동의 틀에서 다루어졌다. 여권 증진은 비록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로 구현되었지만, 지구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추구된 목표였다. 그러나 인권침해는 21세기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다양성의 불관용은 지금도 여전하다.
5 초국적 세계의 형성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 문화에 관련된 상황이 심대한 변화를 겪는 와중에 초국가적 연계에 관한 의식이 발전했다. 그리고 상호 연결 의식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개별 인간들은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려는 사유와 태도, 생각을 지니게 되었다.
상호 연결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은 그것에 관한 의식이 성인 남녀만이 아니라 청년 세대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청년들은 초국주의 이야기의 일부를 구성할 뿐 아니라, 그 이야기에서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초국주의는 현재뿐만이 아니라, 역사 발전을 국경을 초월하는 현상과 공통의 관심사, 전 세계 인류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반영하고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