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함께 독일 비밀경찰을 골탕 먹인 소녀의 아름다운 용기와 지혜 이야기,
2006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픽션 부문 라가치 상 수상작
『크라신스키 광장의 고양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에 나치 독일 치하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그림책입니다. 작가 캐런 헤스는 어느 날 우연히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 바르샤바의 기차역에서 고양이들이 독일 비밀경찰을 골탕 먹인 신문 기사를 읽고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바르샤바의 유대인 강제 거주 지역과 유대인 저항 운동을 통해,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폭력 앞에서 자유와 평화, 인권이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는가를 이야기합니다. 또한 전쟁이라는 극도로 불가항력적인 폭력과 공포에 절망하지 않고 독일 비밀경찰의 감시에 맞서 길고양이와 함께 유대인 강제 거주 지역으로 음식을 넣어 주려는 소녀의 지혜와 용기를 서정적이고 감정이 절제된 언어로 차분히 들려줍니다.
우울한 역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고양이들과 함께 잔인하고 무서운 독일 비밀경찰을 골탕 먹이는 사건 전개가 활기차며, 소녀의 독백이 잔잔하게 이어지다가 절정에 가서는 어느새 기쁨의 폭소가 빵! 하고 터집니다. 함축적이고 리듬감이 살아 있는 언어로 서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때론 슬프고, 때론 긴장감 넘치고, 때론 유쾌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 주며 마무리됩니다. 그림 또한 옅은 황갈색과 갈색, 오렌지색을 써서 고양이들과 사람들, 바르샤바의 건물들 모습이 따뜻한 노란빛으로 덮여 보이게 합니다. 이를 통해 순수한 희망의 빛이 이미 벌어진 비극과 대비되며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밝은 빛과 고양이들의 자연스러운 형태는 어른들의 해설이나 지도가 필요해 보이는 처참한 이야기 속에서 어린이에게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문학성과 그림책으로서의 예술성을 높게 인정받아서, 2006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픽션 부문 라가치 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에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꽤 오래전의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 담긴 의미는 지금도 생생히 우리의 삶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맞서 싸우며, 희망과 사랑의 마음을 간직해 나가려 노력하는 소녀의 모습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힘찬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니까요. 또한 소녀가 길고양이들의 도움을 받아 강제 거주 지역에 갇힌 사람들에게 음식을 전달해 주는 이야기는 얼핏 보면 작아 보여도, 삶의 의미로 접근해 보면 결코 작은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어린이의 힘으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맞설 용기를 북돋아 준다는 점에서 그 어떤 거대한 역사적 사실이나 지식보다 중요한 삶의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