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어디선가 만났을지 모르는 맨발 노인에 관한 이야기
「팔복 1_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는 지하철 안에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때로는 미치광이로 치부해버리기까지 했던 ‘맨발 노인’에 관한 이야기다. 가슴팍에는 종이판을 걸고, 머리에 쓴 모자에는 손으로 적은 문구를 꽂은 기이한 모습으로, 30여 년을 한결같이, 엄동설한에도 맨발로 다녔던 노인. 지하철 통로를 따라 걸어가면서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선생님은 그 웃는 얼굴 웃는 안광, 김구 주석 꼭 닮았어, 축하합니다!”
“미스 코리아 유관순! 미스터 코리아 안중근! Why two Korea?”
사람들은 한낱 우스갯거리로 여겨 무시하거나 킥킥거리며 웃었고, 통일이 되면 신을 신는다는 말에는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광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위엄 있고 힘찬 노인이었다. 아마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맨발 노인을 만났을 것이다.
이 맨발 노인은 어떤 사람일까? 무슨 이유로 이러한 행색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까? 다큐멘터리 감독 김우현은 어느 날 뷰파인더에 잡힌 맨발 노인에게서 생각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기적과도 같이 계속되는 만남들을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 노인이 어릴 적 동경 유학에, 5개 국어를 하는 수재였고, 김구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분이었다니…. 현재 여러 동네로 나뉜 김포 일대가 전부 노인의 소유였고 60년대에 자가용 여러 대를 굴릴 정도로 큰 부자였다니….
길을 가다가, 사람들을 만나다가, 인생의 한 모퉁이에서 자못 궁금해 하면서도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놓치고 알지 못했을 한 인생의 의미를 작가 김우현의 기록을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