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왠지 떳떳하지 못하다!
인류학으로 불공정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마쓰무라 게이치로는 에티오피아의 농촌이나 중동 도시를 현장으로 삼아 부의 소유와 분배, 빈곤과 개발, 원조에 관해 연구하는 신진 인류학자다. 30대 초반이던 2008년에 출간한 첫 책 『소유와 분배의 인류학』은 지역학 관련 우수 도서에 수여하는 개발도상국연구장려상과 민족학ㆍ인류학 분야의 양서와 논문을 대상으로 하는 시부사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화제에 올랐다. 현대 사회의 근간을 이루며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시되는 사적 소유라는 장치가 어떻게 생성, 유지되는지를 밝혔던 첫 책은 “사유재산권을 방패로 삼아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주류 경제학자를 향한 인류학자의 통렬한 비판”(경제학자 다카히시 노부아키)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세계의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의 80%가 넘는 부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 과연 정당한지 묻는 인류학자로서의 문제 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후속편에 해당한다. 다만 박사 학위 논문을 정리한 첫 저작과는 달리, 인류학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학술 용어나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솔직하고 편안한 문체로 묵직한 이야기를 건넨다. 또한 경제적 측면(소유와 분배, 격차와 빈곤)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면서도, 일상에서 맺는 관계와 감정의 문제로까지 논의를 확장함으로써 사회와 국가, 시장이라는 거대한 시스템과 ‘수많은 우리’를 엮으려 한다. 마쓰무라 게이치로는 일본에서 인문학적 깊이와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갖춘, 기대할 만한 저술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