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탈진실, 음모론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미국 사회를 지적 충격에 빠뜨린 화제작!
미국 대선이 있던 2016년, 가장 많이 읽힌 정치 기사 두 개는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다’와 ‘힐러리 클린턴, ISIS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이 위키리크스에서 확인되다’였다. 가짜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뉴스보다 더 많이 공유되었고 댓글도 더 많이 달렸다. 빌 게이츠의 재단은 창조론에 기초한 사이비과학을 연구하는 기관에 돈을 댔고, 트럼프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명백히 환상에 불과한 말을 지어댐에도 (아니, 오히려 그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이 득세하고, ‘사실’이 무엇이냐의 여부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믿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미국의 이성을 대변하는 날카로운 관찰자’라고 평가받는 문화비평가 커트 앤더슨은 어떻게 해서 우리 사회가 과학과 객관적인 사실은 기각해버리는 대신 온갖 의견과 억측을, 아니 사실상 환상을 좇는 이 기괴한 유사현실에 이르게 된 것인지 그 연원을 추적한다. 그가 보기에 “미국은 몽상가와 광신자, 연예 기획단장과 관중, 돌팔이 장사꾼과 호구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다.” 만약 당신이 트럼프의 미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혹은 어떻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위험할 정도로 지워지게 됐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세일럼에서부터 사이언톨로지에 이르는 괴짜들의 망상과 가장假裝의 500년을 따라 어지러운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한다. 판타지랜드는 다양한 광신자 집단이라는 점들을 이어나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 여행은 이를테면 모르몬교도에서부터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사탄 공포에 이르기까지, 뉴에이지 사상을 떠들어대는 가짜 의사에서부터 백신 반대론자와 온갖 유형의 음모론자에 이르기까지, 창조론자에서부터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과 UFO 강박에 빠진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총을 들고 다니는 자유지상주의자, P. T. 바넘에서부터 트럼프에 이르는 쇼맨 장사치, 편집증적 반정부주의와 유사과학을 위험할 정도로 과다 복용한 모든 사람들로 화려하게 구성된 괴짜 쇼 태피스트리다. 이 여정을 통해서 커트 앤더슨은 독특하고 요란한 미국사를, 그리고 이 탈사실적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봤다면 눈물을 흘렸을, 가파르게 기울고 있는 듯한 이 나라의 자화상을 무서울 정도로 명쾌하게 그려낸” 『판타지랜드』는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 책은 인간의 꿈과 야망이 인류사에서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적나라하게 표출되었던 시기에 벌어진 진실과 허구 간의 밀고당기는 각축전에 대한 치밀한 기록이며, 개인의 이기주의와 집단의 광기로 점철된 판타지랜드의 모든 군상들이 보여온 욕망과 상상력의 결과에 대한 역동적인 증언이자, 결국 주관적인 의견과 감정 앞에 초라해져버린 이성과 합리성의 추락이라는 오늘의 현실에 대한 비통한 탄식인 동시에 내일을 위한 촉구이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 판타지랜드 현상은 미국만의 운명이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도 결국엔 그대로 따르게 될 길일지 모른다. 아니, 이미 한국의 정치와 종교와 미디어와 SNS 세계는 놀랍도록 미국을 그대로 닮았다. 지금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