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마리아 무하. 대중들에게는 무척이나 낯설고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미술 서적보다는 책의 삽화, 잡지 표지, 우편엽서, 달력, 포스터, 광고 등에서 더욱 쉽게 발견된다. 이 책은 무척이나 낯선 이 이름을 따라 세기말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게 한다. 세기말을 장식했던 아르누보의 정수. 무하는 19세기 말 유럽의 지적 풍토와 예술적 조류, 예술 주변을 둘러싼 감수성들을 되돌아보며 세기말의 풍경을 그려낸다.
만국박람회의 전기궁전과 놀랄만한 볼거리들, 카바레와 극장의 야한 여흥과 풍성한 오락거리, 도시의 지하를 관통하는 지하철과 철제로 지어진 높은 에펠탑. 화려하게 꽃핀 도시 문명은 그 이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자유와 번영의 구가. 하지만 당시 유럽의 부와 사치 속에 만연한 기계주의, 과학만능주의, 낙관주의 뒤에는 또 다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바로 세기말로 대표되는 퇴폐와 향락, 염세적인 분위기이다.
세기말의 자아분열적인 시대의 우울증을 딛고 예술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은 상징주의는 자연에 대한 재현에서 해방되어 비밀스럽고 자유로운 인간 내면의 풍경을 그렸다. 상징주의와 미학적인 면에서 많은 것들을 공유하면서 세기말을 장식한 것은 식물의 덩굴무늬 같은 곡선을 연상시키는 아르누보,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알폰스 마리아 무하. 이제 이 책은 우리에게 세기말의 중심에서 아름다운 스펙트럼을 펼쳐 놓은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도록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