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다른 사람이 죽는 날짜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그 때 나의 인생은 어떻게 변해갈까? 게다가 그 날짜들 중에 너무 가까워서 헤어질 수 없는 사람들의 날짜가 포함되어 있다면? 주인공 젬 마시는 말 그대로 ‘죽음을 보는 소녀’이다. 젬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사람들의 눈 속에서 그들의 사망일자에 해당하는 숫자(NUMBERS)를 읽어낸다. 처음 읽어낸 숫자는 엄마의 숫자인 ‘10102001’였다. 그리고 2001년 10월 10일, 엄마가 마약 때문에 사망하던 날, 젬은 그 숫자가 사람들의 사망일자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만다.
책은 그로부터 8년 후인 2009년, 젬이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지금의 젬은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수시로 정학, 퇴학과 전학을 반복하는 과묵한 문제아일 뿐이다. 유일한 친구라곤 최근에 만난 테리 도슨, 일명 스파이더뿐이지만 그 역시 숫자대로라면 살날이 고작 몇 주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며, 젬은 그 사실을 차마 스파이더에게 얘기하지 못한다.
우연히 놀러갔던 런던 시내에서 젬은 관광명소인 런던아이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의 사망일자가 모두 같은 날, 그것도 오늘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게 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스파이더와 함께 서둘러 런던 시내를 빠져나온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영국 전역에 방송되면서 졸지에 둘은 테러리스트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만다. 각자 말 못할 진실을 숨긴 채 도피에 나서는 젬과 스파이더. 그러는 동안 젬이 차마 얘기하지 못한 스파이더의 사망일자 역시 점점 가까워지는데……. 모든 일이 마무리되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과 함께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치닫는다.
‘죽음을 보는 능력’이라는 지극히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가족, 학교, 사회 문제와 청소년이 만날 수 있는 온갖 고민을 버무려낸 로맨스판타지의 수작이다. 따뜻함이 메말라버린 현대 사회 속에서, 신비한 능력 때문에 혹은 사회의 편견 때문에 외톨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소년소녀들이 때론 오해하고, 때론 역경을 겪으며 사랑하고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