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갓을 가지면 부자가 되고, 여우의 신을 가지면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여우의 꼬리를 가지면 다른 사람을 홀릴 수 있다.’ 박지원의 〈호질〉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작품의 발단은 주인공 태준이가 과학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털장갑을 손에 넣으면서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죽은 채 발견된 마지막 여우를 글감으로 하는 이 책에는 생명의 빚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생명은 서로 그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판타지 장르처럼 이 이야기도 초자연적인 현상을 주요한 플롯의 배경으로 삼아, 환상적 요소를 지닌 세계로 주인공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인간인 태준이가 여우가 되어 다른 세계로 갔다가 다시 인간이 되어 현실로 되돌아오는, 현실→가상→현실의 구조는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영화처럼 전개되며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게다가 동물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힘으로 다른 생명의 목숨을 빼앗는 폭력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