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죽기를 반복하는 타임루프의 생이라면
어디서 존재 의미와 위안을 찾을 수 있을까?
2015년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세계 3대 SF문학상으로 불리는 존 캠벨 기념상의 수상작이 발표되었을 때, 뜻밖의 선정 결과에 전 세계 SF 마니아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상자가 불과 29세의 신인 작가, 클레어 노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상작은 그녀가 처음 쓴 SF였다. 아서 클라크, 필립 K. 딕, 코니 윌리스 등 쟁쟁한 수상자들을 자랑하는 존 캠벨 기념상 역사에서 최연소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그녀는 알고 보니 청소년 판타지 소설로 두 번이나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아온 캐서린 웹이었고, 클레어 노스는 그녀의 여러 필명 중 하나였다. 영국 SF/판타지 문학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거장의 탄생을 알린 순간이었다.
존 캠벨 기념상 수상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장기 베스트셀러 행진 중인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반복되는 시간대에 갇힌 주인공을 다룬 타임루프물의 골격을 취하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처럼 영원히 환생하는 초인들의 집단, 칼라차크라(우로보란)를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의 지평을 개인에서 세계로 확장시킨다. 마치 돌연변이처럼 인류 중 극소수만이 갖고 태어나는 환생 능력은 당사자들에게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존재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지겹게 무한 반복되는 생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잃고 무기력하게 방황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연대 조직인 ‘크로노스 클럽’을 창설하여 서로 친목을 다지며 각자 건설적인 삶을 살도록 이끌었지만, 그들에겐 치명적인 유혹이 있었으니… 바로 (미래를 알기 때문에) 현재에 개입해 미래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타임 패러독스가 예시하는 복잡성 때문에 크로노스 클럽 지도부는 역사에 대한 어떤 개입도 불허하지만, 그중 일부는 자신의 뜻대로 역사를 바꾸려는 욕망에 몸을 맡기게 된다.
이 소설의 극적 긴장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증폭된다. 복잡성 때문에 역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vs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현재에 개입할 수 있다. 전자(주류, 크로노스 클럽)와 후자(비주류, 빈센트 랜키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해리 오거스트의 모험은 달리 말하면, 결정론 vs 자유의지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 작품의 진가는 주인공의 반복되는 삶들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교작해내는 스토리텔링 솜씨, 그리고 그를 통해 묵직하게 제기되는 철학적 질문들에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찬사와 독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내는 이 천재적 작가의 비범한 상상력과 돌직구 같은 필력은 어느 작가가 말했듯, 읽는 동안 여러분의 가슴을 15번 쾅쾅 두들겨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