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의』는 총 43권으로 되어 있는데, 하권은 제가(齊家)의 요체라 해서 배필을 어떻게 선택하고 대해야 하는가, 집안의 다스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후계자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척속을 교화시켜 정치를 농단하고 간여하는 것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옛날의 군주는 집안의 가장이자 나라의 제왕이었다. 제왕의 집안을 어지럽히는 것은 결국 국가를 어지럽혀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하였기에 진덕수가 극력 경계하였다. 진덕수는 환관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고, 환관을 군주의 일상 생활을 도와주고 신변을 직접 지켜 주는 존재로서 이해하였다. 오늘날 우리나라로 따진다면 청와대 비서실에 해당한다 하겠다. 오늘날에는 오히려 대통령의 정확한 판단을 위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조정하는 등 그 임무가 더 중요해졌다 할 수 있다. 당시로서는 외척의 발호, 궁중과 신하의 반란, 외적의 침입 등 군주의 신변을 위협하는 일이 많았는데, 군주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이 자리에 올린 사람,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 자신을 지켜 주는 사람으로 환관을 인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환관에게 ‘시중드는 일’ 말고 공적인 권력을 쥐어주어 정치적 권력을 강화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작금의 최순실사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학연의』에서 진덕수는 “환관에게 권력을 빌려주면 전횡한다”, “환관에게 권력과 위세를 빌려주면 아니 되는 이유” 등으로 표현하고 폐해를 하나하나 사례를 들며 극도로 경계한다. 그러한 즉 공적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사적 권력의 억제를 주장한 것이다. 이를 지키는 보루가 지식인[언관]의 역할이라고까지 하였다. 환관의 전횡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실패한 사례까지 예를 들며 지식인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여 점차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더 중시하였다. 오늘날 최순실사태도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예전에도 있어 왔지만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고 그 폐해도 하루아침에 일소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꾸준히 감시하며 공적 시스템을 개선시키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