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식이란 음식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지나친 몰두를 뜻한다. 중세 기독교에서는 탐식을 '일곱 가지 대죄' 가운데 두 번째 죄악으로 꼽았고, 조선 시대에서도 탐식은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망가뜨려 불효를 하게 된다거나 집안 살림을 거덜 내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으로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사대부 중심의 계급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왕은 12첩 반상, 공경대부는 9첩 반상, 양반은 7첩 반상, 중인 이하는 5첩·3첩 반상을 차려먹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금기일 수록 더욱 유혹적인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 성리학의 이데올로기가 밥상까지 장악한 조선에서도 규율을 비집고 맛을 탐한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조선의 탐식가들』은 이덕무의 '소박한 밥상론'으로 시작하지만, 그 소박한 밥상론을 배신하고 온갖 핑계로 맛을 탐한 조선의 탐식가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이 책에서 살펴보는 조선의 탐식가는 그 종류도 다양한데, 먼저 권력과 부의 맛을 밥상에서 느끼려 한 이들로 개고기 탐식가 김안로와 식전방장(사방 열 자 가량의 상에 차린 진수성찬)의 윤원형 등이 있다. 이들의 탐식은 권력을 잃고 나서는 정적으로부터 공격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또, 진귀하고 맛난 음식을 찾아 먹고 기록한 이른바 '맛집 탐방형'의 대표적 인물로는 우심적, 두부, 순채 등에 대해 수많은 시를 써서 남긴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과 조선 최초의 음식 비평서인 「도문대작」을 남긴 허균을 들 수 있다.
한편 탐식의 정반대편에 선 사람들도 소개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다산 정약용이다. 그는 천주교도로 몰려 긴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에 직접 채소를 가꾸고 밥을 상추로 싸 크기를 부풀려 먹으며 포만감을 느끼려 했다. 평소에도 소박한 식습관을 가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조선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음식 사치와 주책없이 많이 먹는 것에서 찾았던 이익도 콩을 주식으로 한 소박한 식단을 몸소 실천한 이른바 '악식가'(맛없고 거친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였다.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맛집'과 파워 블로거의 포스팅을 따라 색다른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넘쳐나는 오늘날, 우리는 먹을 것이 넘쳐 나는 축복 속에서 탐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분별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옛 사람들의 탐식, 혹은 미식을 그린 이 책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 보다 "음식에 담긴 삶을 맛보는 것"의 미덕을 발견한다면 탐식의 해악을 피해 멋스럽게 먹는 미식가의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