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두 청년의 모든 것을 뒤흔든다.
사랑, 우정, 그리고 다가올 삶의 풍경까지.
『아메리칸 러스트』는 등단과 함께 존 스타인벡, 코맥 매카시 등 미국의 위대한 작가들에 비견되며, 미국문학에 희망을 걸게 하는 재능 있는 신인 작가의 탄생이라는 평을 받은 필립 마이어의 2009년 데뷔작이다. 과거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미국 제조업의 몰락과 더불어 황폐화된 펜실베이니아의 가상 마을 뷰얼을 배경으로, 우발적인 살인 사건에 연루된 후 현실과 양심의 괴리 속에서 분투하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아메리칸 러스트』를 통해 작가는 미국 제조업의 쇠퇴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여파와, 예기치 못하게 일어난 살인 사건이 두 청년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미치는 여파를 겹쳐놓는다. 이로써 사회적 사건은 개인적 사건이 된다. 작품 속에서 무너진 아메리칸드림은 미국적 가치를 가리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고통받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현실’로서 그려진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사건을 발단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관심을 갖는 것은 살인 사건 자체라기보다, 그 끔찍한 사건이 인물들의 삶에 남긴 후유증과 상처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인 두 청년을 비롯해 등장인물 여섯 명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 소설은, 흔들리고 번민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절제된 문체로 치밀하게 좇는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묘사되는 녹슬고 버려진 공장과 건물, 떠난 자들의 흔적으로 가득한 황량한 마을의 모습은 좌절, 죄책감, 희생심이 뒤섞인 처절한 내면의 풍경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심리적 무대다. 그러나 결국 『아메리칸 러스트』는 모든 것이 녹슬어버린 곳에서 녹슬지 않는 인간의 가치를 찾고,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추락으로 시작해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 도달하고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