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놈 요놈 요 이쁜 놈>이 연극으로 탄생? 소설도 아닌 시집이 어떻게 극으로 재생산되었을까 싶어 의정부예술의전당에 접속하게 되었고 제6회 천상병예술제 참여작임을 알았다. 지상의 생이 소풍이라 여겼던 시인은 아이를 무척 좋아했단다. 하여 평생 아이와 같은 순수함으로 소풍을 끝내고 지금쯤 천상에서 지상이 아름다웠더라 소문내고 있을 사람.

시집을 모티브로 한 연극은 천상병 시인으로 짐작되는 할아버지와 소년의 우정을 말하며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에 물음표를 던진다.

요놈! 요놈하면서

내가 부르면

어린이들은

환갑나이의 날 보고

요놈! 요놈한다.

(P.21 ‘난 어린애가 좋다’ 부분)

나이가 많고 적음이 무슨 상관인가. 친구라 생각하고 바라보면 할아버지 눈에도 아이가 친구로 보인다. 다른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면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시집을 올 봄에야 구입했다. 90년대 초반에 서점가에서 만났으나 너무도 유치한 표지에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쳤다. 미래사에서 출간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을 대신 읽었다. 천상병예술제 소식을 접하고 문득 지나친 시집이 생각났다. 스테디셀러가 된 시집의 긴 생명력에 책장 넘기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우리집 가족이라곤

1989년 나와 아내와

장모님가 조카딸 목영진 뿐입니다.

(P.37 ‘가족’ 부분)

아이러니하게 아이를 참 사랑하는 자에게 자기의 아이는 가질 수 없다니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런 까닭에 아이를 더 사랑하며 시인다운 삶을 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말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P.120 ‘행복’ 부분)

오히려 아이의 부재가 행복이라 말하는 시인. 인간의 욕구를 넘어 가질 수 없는 것조차 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막걸리 한 잔의 소소한 삶.

어머니는 앓다가 저 세상으로 가셨다.

둘째 누이의 이실직고로는

거의 괴로울 대로 괴로웠단다.

불행한 일이다.

만사에 있어 무사태평했던 당신께서

임종기가 그랬다니 아들인 나는 쥬피터에게

항의하고 싶다.

(P.180 ‘ 어머니 변주곡’부분)

허나 한 아이의 한때 모든 세상이었을 어머니에게 닥친 고통에선 그도 자유롭지 못했나 보다. 현세를 초월한 시인이 소년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하기로 결심한 사람이니까.

행복은 충족입니다.

나 이상의 충족이 있을까요?

(P.157 ‘나는 행복합니다’ 부분)

가난조차 행복으로 만드는 힘이 그에게 있다. 최저 재산제를 권하며 세상이 모두가 잘 사는 곳이길 바라기도 했으나 그 전에 스스로 자족하는 삶의 자세에 더 힘을 싣는다. 행복은 햇살이나 바람처럼 축적할 수 있는 통장이 없을 테니까. 지금 행복하고 볼 일이다.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P.107 ‘나의 가난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