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가장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개인주의가 미덕인 이 시대에 이웃은 귀찮고 불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은 끝없이 비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사건이 책에서처럼 극단적인 살인사건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우리는 매일 이웃과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갈등 안에 관계와 애정은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삶에서 필요한 인간적인 온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음에도 요즘 이웃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피곤하고 지친 일상을 위로받을 수 있는 창구 하나를 벽으로 막아버리는 셈이다.
피터 로벤하임은 긴 프로젝트의 결과 상당수의 이웃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의 노력은 단지 이웃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사귄 이웃을 서로 소개해주고, 이웃이라는 피상적인 관계를 넘어 끈끈한 애정을 공유하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을 것 같았던 이웃들이 사실은 마음 한구석에서 소통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글의 말미에 남긴 그의 말은 진정한 이웃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책의 각 장은 이웃과 보낸 24시간의 결과물이다. 누군가와 하루를 공유하는 일은 그 사람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깊은 내면까지 보여준다. 집이라는 깊숙한 사생활의 공간까지 접근하면 그와 나와의 사이에 존재하던 보이지 않는 벽은 서서히 무너진다. 처음으로 하룻밤을 보낸 루 구제타의 집에서 피터는 꼬장꼬장한 은퇴 의사로만 알았던 루의 약한 모습을 발견한다. 세 집 건너에 사는 패티와의 만남은 프로젝트의 성격을 완전히 바꿨다. 이웃 공동체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필요를 완전히 채워줄 수 있길 기대하게 된 것이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산드링험로드의 우체부로 일한 랄프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마을 밖의 사람이 어떻게 내부의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는지 발견하기도 했다. 각 사람과의 만남은 공동체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그가 겪은 일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행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이다. 성냥갑처럼 늘어선 삭막한 아파트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하나의 희망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 이웃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데는 누구든 주저할지 모른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건네고, 옆집에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을 전달하는 일은 큰 용기가 없어도 실천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나의 도움이 오는 곳이 먼 친구가 아니라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사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