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뼈』로 일본에서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거머쥐며 문단에 돌풍을 일으키고, 이후 계속해서 온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는 작품을 발표해온 재일작가 양석일이 ‘고통스러운 진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아시아적 고통의 문제를 들고 왔다. 바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되어 이른바 ‘종군 위안부’, 즉 일본군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조선 여성들(혹은 아시아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다시 오는 봄』은 한국 문단이 거의 외면해왔던 이야기를 철저한 자료 조사에 기초해 사실적으로 재구성한다. 2010년 방한한 양석일은 자신의 소설세계와 더불어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밝힌다. “일본에선 시바 료타로처럼 권력을 대변하는 영웅 이야기를 주로 쓴 소설가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작가라면 모름지기 약한 자,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 한/일 간의 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역사를 제대로 보고 그것이 현대에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를 살펴 양쪽이 가진 편견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싶다.”
주인공은 열일곱 살 처녀 ‘김순화’다. 이 소설은 1938년 고향에서 일본인 순사의 말에 속아 난징으로 끌려간 순화가 첫날부터 쉰여섯 명의 일본군에게 강간당한 것을 시작으로, 약 팔 년간 난징에서 상하이, 싱가포르, 미얀마 랑군, 만달레이, 메이묘, 라시오, 바모, 미트키나, 라멍 등 태평양전쟁이 벌어지던 전장으로 끌려 다니며 일본군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위안부’의 삶을 여과 없이 기록한다. 소설은 한 ‘여자’로서 능욕당한 순화의 삶과, 어둠의 터널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그 끝에 있을 빛을 더욱 희구하게 되는 ‘인간’ 순화의 심리적 여정을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