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당신. 웃어, 웃을 수 있는 동안.
머잖아 그 심장이 찢어질 때까지.
길들여지는 척 펼쳐내는 한바탕 연극 속에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내의 마음.
황제라는 가면 아래의 민낯은 여느 사내와 다를 바 없어 보이다가도, 한시도 떼어놓지 못하는 그 가면이야말로 사내의 진짜 얼굴인가 싶다. 이쪽 또한 가면 뒤에 숨은 건 매한가지이니 초조해할 것도, 애가 탈 것도 없다.
그렇게 기만 위에 쌓아올린 구애일지언정 황제의 마음을 흔들어 그녀의 답답한 삶에 숨통을 틔워줄 일이 생겼다.
자그마치 이십여 일에 달하는 황제의 잠행에 그녀를 데려가주겠다는 것!
모처럼의 여행, 그 자체로도 기뻤다. 그러나 하염없이 들뜬 그녀 앞에 기다리고 있던 옛 인연.
그리고 그 인연이 전해준 가슴 서늘한 소식.
저도 모르게 젖어들었던 백일몽에서 깨는 순간, 아득한 증오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더는 싫다.
이번에야말로 저 끔찍한 이에게서 달아나리라.
설사 죽어 시신이 되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