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넘게 회자되어온 세기의 재판
“누가 진짜 ‘마르탱 게르’인가?”
1560년,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은 세기의 재판이 벌어진다. ‘마르탱 게르’라는 한 남자의 정체를 둘러싼 이 재판은 이후로도 수백 년 넘게 회자되며 소설·영화·희곡·오페라·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변주되었다. 한국의 독자들은 이 유명한 이야기를 마침내 소설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영화 「마르탱 게르의 귀향」의 감독 다니엘 비뉴와 시나리오 작가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영화를 ‘소설’로 옮겨 새롭게 구성한 작품으로, 16세기의 가장 유명한 재판으로 손꼽히는 마르탱 게르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이며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겉으로 보기에 이 소설은 뛰어난 기억력과 거침없는 입담을 가진, 어느 매혹적인 사기꾼이 벌인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품고 있는 진짜 비밀은 ‘가짜’ 마르탱의 정체가 탄로 나고 사건이 해결됐다고 여겨지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드러난다. 대체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 아래에 더 큰 진실이 숨겨져 있듯, 결말에 이를수록 독자들은 이 흥미로운 작품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이 기이한 사건은 우리에게 한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새삼 일깨우는 한편, 법이나 지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의 모순성과 삶의 불가해함, ‘사실’을 넘어선 ‘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