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eBook-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ㅡ 피터 스완슨 , 노진선옮김 , 푸른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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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손님용 침실로 돌아가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눈을 감았다.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오래전에 눕자마자 잠드는 법을 터득했다. 먼저 자신이 엄청나게 넓은 강의 수면에 떠 가고 있다고 상상한다. 그의 앞에는 그보다 먼저 태어나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떠 있는데 노화로, 혹은 병으로, 혹은 운이 나빠서 한 명씩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주변에는 그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있다. 스타크에서 함께 고등학교를 다닌 동기들, 자기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굴던, 대학에서 만난 부잣집 도련님들, 직장 동료들과 고객들, 모두 한창때로 물 위에 계속 떠 있으려고 열심히 헤엄친다. 뒤에는 그보다 어린 사람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들, 가운데로 들어오려는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그의 앞에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수록 뒤의 사람들은 무수히 늘어난다. 자신을 중심으로 밀집 진영을 이룬 인간들이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하는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면 그는 비로소 물속으로 가라앉고, 움직이는 강의 거품 속에서 물장구치는 사람들의 다리가 보인다. 늑대거북이 연못 수면 아래서 수면 위의 새끼 오리를 물속으로 끌어내리듯 헨리는 누군가의 다리를 잡아 어둡고 차가운 강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그곳에서 그는 숨을 쉴 수 있지만 그들은 쉴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헨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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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에 끌려 구매하고 읽은 소설이다 . 이전에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은 읽고 따로 리뷰도 쓰지 않았던 걸 기억한다 . 결국 이 소설 때문에 그 소설도 재 대여 구매를 했다 . 쌓인 포인트가 아니라면 낭비라 생각되어 포기했을 텐데 암튼 , 덕분에 한 번 더 읽게 생겼다 .

피터 스완슨 작가는 음 , 우리 작가와 비하자면 김사과 작가와 비슷한 면이 있다 . 상상을 도울 장치를 글로 쓰지 않는다 .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내미는 쪽이랄까 ! 잔혹한 것이든 예쁜 것이든 날 것 그대로 맛을 봐 ㅡ 하는 !!

내가 싫어하는 글쓰기 중엔 너무 친절해 마지막에 이 소설은 이렇게 저렇게 읽으면 좋겠다는 엮은이의 감상이 소설 전체를 매듭짓는 경우가 있는데 , 반대의 의미에서 이 소설들은 그대로 독자에게 투척하는 이야기를 주된 작법으로 써서 , 읽은 후에 또 다른 의미에서 탄식하게 만들었다 . 뭐 , 나만 그런지 모르겠다 . ㅎㅎㅎ

암튼 사건 파일을 읽은 기분 , 등장인물들의 시간을 그대로 따라가는 다큐스럼도 얼핏 보이고 .

말하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문장들이 설명하고 설득하고 확인시켜주는 방식의 소설을 좋아한단 생각도 든다 .

폭력을 행사하는 남친 때문에 이별을 결심한 케이트에게 마지막 잊지 못할 악몽을 선사하며 죽어버린 조지로 인해 케이트는 공황장애를 얻었다 .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좁은 곳은 두렵고 발작을 불러오며 , 신경증을 유발시킨다 . 그런 이야길 친척 코빈이 전해듣고 환경을 바꿔보자는 제의를 해온다 .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바꾸는 게 아닌 나라를 옮기는 대대적인 환경 변화 . 이런 기회가 생기면 , 아무리 귀찮아도 ( 응?) 해보는 게 좋지 생각한다 . 부러 누군가 본인을 옮겨주는 상황은 쉽게 오지 않는 법이니 ... 제의를 받아드린 케이트가 긴 비행을 견뎌 도착한 코빈의 집은 한마디로 근사한 아파트였다 . 음 .. 고풍스러우면서 세련되기란 얼마나 어렵나 ! 자칫하면 예스럽기만 할 우려가 있고 . 그런데 코빈의 집은 묘사한 곳을 그려보고 싶게 멋진 듯하다 . 특히 건너 이웃집의 모습이 서로 보인다니 , 그 부분에서 나는 동대문의 오래된 ( 낡은) 아파트하나를 상상했다 . ㅁ 자 구조의 아파트 말이다 . 지금은 골동품이 된 그 곳 .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사람들 때문에 케이트는 몹쓸 상상을 하게 된다 . 물론 그 상상은 현실이 되고 . 바로 이웃집 303호 주인 오드리가 행방불명이라며 친구가 한바탕 소동을 불러오고 급기야 경찰까지 나선다 . 케이트는 확신에 차있다 . 오드리 ㅡ라는 여자는 분명 죽었을 거라는 확신 .

이 부분까지만 보면 이야기가 순전히 케이트 위주로 돌아가나 싶을 텐데 , 이야기는 극적으로 코빈에게 사건을 돌린다 . 코빈과 헨리 . 코빈은 멋(?) 모르고 생각없이 헨리와 함께 이런 저런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 헨리가 사이코패스 , 소시오패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면에선 이 소설의 재미 (?) 가 극에 달한다 . 특히 책상에 선긋듯 피해자 (?)들을 나누는 헨리의 방식은 아주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다 . 에잇 나쁜 xx . 덩달아 종범처럼 사고 치고(?) 다닌 코빈도 어리석기는 같다 .

아주 치밀한 성격인듯 표현해 놨지만 헨리의 살인 방식은 경계와 경계를 넘어 벌어져 연결점을 찾지 못했을 뿐 그닥 완벽주의 형 사이코 패스는 아닌 듯 하다 . 케이트의 (원래 코빈네 집) 방만 해도 그는 신경을 쓴 듯하지만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다녔으니 말이다 .

그건 그렇고 제목은 312호 주인 남자의 관찰 (?) 시선이 주된 이야기인 듯 던져 놓고 , 실상 그의 역할은 맥거핀 같다 . 더구나 나중에 케이트와 연결되는 부분에선 , 뭐지 ? 이런 시선 폭력도 이미 죽은 사람을 본 거라면 괜찮다는 건가 ? 아님 한번 실수(?) 나 헛점은 괜찮아 , 괜찮아 인가 ? 하긴 우리 주변에도 (나도?) 은근한 관찰자는 많지 . 이웃집의 소란에 귀를 기울이고 , 며칠 째 두문불출의 이웃을 의심(걱정?)스레 지켜보는 그런 시선 . 그건 관심인지 , 폭력인지 , 뭐라 단정키 어렵겠다 싶기도 했다 .

요즘처럼 민감한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엔 그런 관심 조차가 폭력으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 어쨌든 누군가 나를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면 , 가서 한 마디 하고 싶지 않겠는가 ? " 눈 깔아~!! " 하고! ㅎㅎㅎ

리뷰 안하고 넘어가려다 포인트 적립 생각해서 떠들어 본다 . ㅋㅎㅎㅎ 그런 거 치곤 신나게 떠들긴 한거 같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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