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의 신작소설이다. 작품의 3가지 개성은 다음과 같다.우선 인물, 이 작품은 주인공이자 화자인 고둘녕의 1인칭 시점 소설이다. 그녀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음미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그녀를,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나가며, 둘녕의 눈에 비친 등장인물 모두의 가슴 속 가장 여린 부분을 살짝 엿보여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전부가 마치 유리세공처럼 섬세하게 느껴질 정도.
두 번째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품. 이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의 촉매는 다름 아닌 책이다. 그리 많은 책을 볼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으며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던 클로버문고, 계몽사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ABE, 지금과는 달랐던 한글표기법, 책속에 담겨 있던 삽화…
이 작품 속에서 책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소녀의 유대이자, 추억이자, 성장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탉풍향계, 둘녕의 섬세하고 마술 같은 손길에서 만들어지는 옷감 작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작품 속의 배경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하는 이도우 작가의 신작답게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이야기를 아름답게 채색한다. 이제는 추억으로 변해버렸지만 새로운 터전을 향한 첫 걸음이 되어주던 통일호 열차. 들판에 수없이 피어나지만 네 잎을 찾기는 어려웠던 클로버, 유리로 된 우유병..「잠옷을 입으렴」은 달착지근한 로맨스는 아니겠지만 저자 이도우의 필체에서 탄생한 따스하면서도 쓸쓸한, 그렇지만 이도우라는 작가이기에 그려낸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