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만나는 체르노빌 사람들!
우리의 기억이 멈춰도 체르노빌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진도 9.0의 대지진과 최고 높이 38미터의 해일 그리고 이어서 들이닥친 강력하고 거대한 대재앙…. 일 년 전인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일본 동북부 해안을 휩쓴 지진과 쓰나미의 충격은 후쿠시마 원전 가동을 중지시켰고 급기야 원전이 폭발했다. 그리고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이내 집과 땅을 모조리 뒤덮어버렸다.
이 사태의 심각성만 해도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지만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어떤 면에서는 원전 사고 이상의 비극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수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었다. 원전 인근에 살던 15만 명의 주민들은 살던 곳에서 가차 없이 쫓겨나 전쟁 같은 피난길에 나섰다. 일명 ‘원전 난민’이라 불리는 주민들의 피난은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적인 사태의 발생과 전개는, 시간상의 긴 간극에도 불구하고 26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체르노빌: 금지구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함께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라 할 수 있는 바로 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비극을 들여다보는 그래픽노블이다. 이 책은 선정적인 묘사를 배제하면서 대신 섬세한 취재와 이야기 구성을 통해 원전 사고에 대한 정확하면서도 입체적인 이해를 전달한다.
후쿠시마의 경우 이례적인 자연 재해가 앞서 충격을 줬다는 사실을 핑계로 댈 수 있겠지만, 핵에 대한 근본적인 무지와 방치가 사고를 키웠다는 점에서 체르노빌 사고와 마찬가지로 인재(人災)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사고는, 정부가 주민들을 소개(疎開)하며 흘린 말들이나 여론을 통제한 상황도 꼭 닮아 있다. 『체르노빌: 금지구역』은 갑작스레 난민의 처지가 되어버린 원전 지역 거주민들의 슬픔과 시련을 살피는 한편 감춰진 사고 현장의 진실을 파고들면서, 우리가 그 비극을 기억하고 되새겨야만 하는 이유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