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중남미에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차지한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표작이다. 아스투리아스가 노벨문학상을 받던 1967년은 보르헤스, 네루다, 옥타비오 파스 등이 서방에 알려지면서 열렬한 호응을 받기 시작할 무렵이다. 이들 중남미 작가들은 자국의 신산한 역사적 현실과 구전되던 민담을 초현실주의와 아방가르드적 미학과 조우시킴으로써 현실 고발을 단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의 심층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세계 문학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이런 흐름의 물꼬를 뜬 작가가 바로 아스투리아스다.
『대통령 각하』는 아스투리아스의 자전적 삶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가상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1892년부터 1920년까지 22년간 과테말라를 독재 통치한 마누엘 에스트라다 카브레라 정권을 배경으로 하는 것임을 강력히 암시한다. 작품의 제목은 ‘대통령 각하’이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대통령의 심복으로 작가 자신의 이름과도 비슷한 ‘미겔 카라 데 앙헬’이라는 인물이다. 사탄과 천사의 두 얼굴을 가진 그는 대통령의 정적인 에우세비오 카날레스 장군을 지능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임무를 띠고 파견된다.
그러다가 카날레스 장군의 딸인 카밀라에게 연정을 품게 되고,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과 육체적으로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대통령 심복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대한 양가적 감정으로 내면이 뒤엉킨다. 이와 함께 현실의 약육강식의 생존 원리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대통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를 조금씩 열망하게 된다. 결국 카마 데 앙헬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고 카밀라와 결혼식을 올려 대통령의 분노를 산다. 이후 대통령은 그에게 워싱턴 특사 역할을 제안하는데, 그는 그것을 대통령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워싱턴 특사 제안은 대통령의 교활한 계략에 불과한 것임이 드러나고, 결국 카라 데 앙헬은 체포되어 감옥 속에서 카밀라가 대통령의 연인이 되었다는 거짓 정보를 듣고 절망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