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시인이 8년여 만에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시력(詩歷) 30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은, 과작 측에 속한다. 물론 그 사이에 두 권의 ‘시평에세이’가 있지만 확실히 정우영 시인의 걸음걸이는 달팽이에 버금간다. 한번 걸을 때 한걸음씩 떼지 않고 정말 반걸음씩 떼는 속도이니 말이다. 시인들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으나 정우영 시인의 경우는 작품을 읽어보면 언뜻 그럴 수 있겠다는 수긍이 온다. 마치 문명의 속도와는 별 상관없다는 듯 여기저기 해찰하며 걷는 모양새를 닮았다. 정우영의 시에서는 사람의 정신을 현란하게 하는 ‘속도’가 없다. 현대 자본주의 문명은 사실 속도와 속도로 짜여진 매트릭스에 가깝다. 그 매트릭스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속도를 갖는다. 그런데 정우영의 시에서는 그런 경쟁적인 속도가 배제된다. 그의 시는 시에서는 인간의 삶과 함께 한 사물들이 자주 주체의 지위를 두며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