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혔던 기억을 되살리는 발굴자, 그 여정의 시작!
문지클래식 4는 1981년 등단 이래 37년간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꾸준히 활동해온 임철우가 세상에 선보인 첫번째 소설집 『아버지의 땅』이다. 작가의 이십대 후반인 1980년부터 83년 사이에 씌어진 단편소설 열한 편이 포함되었으며, 이 중 「곡두 운동회」는 이번 개정판 작업을 통해 문장과 단어를 세심하게 바꾸었다. 수록된 작품들을 통해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며 어느덧 기억과 경험의 서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한국의 대표적 중견 작가, 임철우의 문학적 기원을 엿볼 수 있다.
가난, 폭력 등의 사회적 여건에서 비롯되는 사회 구성원들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불안, 슬픔, 분노 등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임철우 특유의 작업은 그의 첫번째 소설집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버지의 땅』은 6?25전쟁을 전후로 하여 벌어진 민족 간의 학살에서부터 1980년대 광주의 잔혹했던 역사까지 굵직한 한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특히 표제작 「아버지의 땅」에서 전쟁 당시 사망한 땅속의 유해를 발견하는 장면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후 임철우가 쓴 많은 작품들을 마치 유해 발굴과 같이 발밑 깊숙한 곳의 사건들을 땅 위로 올리는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기억의 발굴자”(문학평론가 김형중)로 호명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지방 소도시의 사람들, 상경한 사람들, 혹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화자의 이야기를 절제된 감정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임철우의 시선을 줄곧 따라가게 만든다. 소시민의 여러 삶의 형태를 보여주며, 가까운 과거의 희미한 기억을 선명히 채색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