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의 사이비 명성을 파헤친다
현실에서 도피하는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생래적 성격에 착안할 때, 병자호란을 초래한 한국정치의 파행이 약 400년이 지난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관철되는 까닭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인문사회과학은 그처럼 심각한 현실의 문제와 정면으로 대결하고, 분석하고, 극복하는 노력을 경주하는 대신, 그로부터 끊임없이 도피하는 것을 그 자체의 존재이유(raison d’etre)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그런 존재이유가 성립할 수 있단 말인가? 예컨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존재이유로 삼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은 한국의 고통을 외면하고, 한국의 희생에 눈을 감으며, 한국의 절규에 귀를 닫는 것을 학문의 본령으로 삼았고, 또 그처럼 현실적 검증으로부터 스스로를 완전히 면제시켰기 때문에 끝없이 장수할 수 있는 ‘지복’을 누릴 수 있었다.
- “역자 해제”에서
현실에서 도피하는 총괄개념을 둘러싼 끝없는 논쟁이 학자들의 학문적 경력에 기여하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크게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본다면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정치이론의 담론이 존재하고, 그런 담론이 그 자체의 논쟁을 통해서 꾸준히 존속하는 것이 우리 학자 집단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데, 그럴 경우 학자들은 그런 논쟁을 거듭하면서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 “본문”에서
이언 샤피로는 자신의 특유의 배짱과 통찰력을 발휘해서 사회과학의 지배적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그래서 그 이론들에 내장된 고질적 결함들을 밝혀냈다. 이 책에는 사회과학의 지배적 이론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언 샤피로의 최고의 논문들이 담겨있다.
- 조이스 애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