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통념을 거부한 역사가,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의 지은이를 넘어 외교관, 언론인, 정치학자, 역사가로 역동적인 20세기를 살다 간 E. H. 카의 인생 역정을 파헤친 본격적인 지식인 평전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이어진 국제정치 무대의 실상은 물론 카와 직접 관계를 맺었던 아놀드 토인비, 루이스 네이미어, 아이작 도이처, 이사야 벌린 등 당대 지성들 사이에서 전개된 지적 논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냉전이라는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불후의 역작 『소비에트 러시아사』 14권을 완성해 가는 열정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시대의 통념과 싸운 참다운 지식인의 모습뿐 아니라 학자로서의 집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조너선 해슬럼 교수는 E. H. 카의 저작과 논문뿐 아니라 언론에 발표된 엄청난 논설과 평론, 그리고 1925년부터 1960년까지 쓴 비망록과 육필 기록을 바탕으로 평전을 완성했다. 이런 기초 자료뿐 아니라 생전의 사적인 편지, 동료들의 회고, 사생활에 대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인물의 삶을 온전하게 재구성했다. 이 책을 완성하는 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직접 또는 서면으로 들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사실은 배제함으로써 역사가로서의 엄밀함을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