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8, 12, 16, 20, 24…….’
나는 마음속으로 쉼 없이 4의 배수를 세고 있어!
안 그러면 내 동생한테 나쁜 일이 생길 것 같거든.
올해 열다섯 살인 몰리는 방 안 진열장에 유리 피규어를 정렬할 때 반드시 자를 사용해 간격을 정확하게 맞추어야 하고, 손을 씻을 땐 살갗이 부르틀 때까지 빡빡 문지른다. 심지어 머릿속으로 연방 4의 배수를 읊조릴 뿐 아니라, 어쩌다 홀수와 연관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면 불행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짝이 맞지 않은 양말을 신고 있는 친구를 보고 있으면 불안감이 증폭하면서 마음이 산란해지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깨끗하지 않은 식탁에는 절대로 앉지 못한다.
그러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을 놓쳐서 주의를 듣기도 하고, 친구와의 약속을 깜빡해서 원망을 사기도 한다. 몰리는 원래 학교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에다 모범생이기에 주변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공감하기보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리둥절해한다. 몰리의 증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스스로 감당하기 지경에까지 이르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누가 봐도 모범생의 전형이었던 몰리……. 어쩌다 이런 강박 증세에 시달리게 된 걸까?
『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빈틈없이 완벽해 보이는 열다섯 살 소녀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좌절에 빠지는 상황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었다. 부모가 이혼 위기에 놓이게 되자, 그것을 봉합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며 자신을 옭죄다가 끝내 길을 잃어버리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울 만큼 정밀하게 그려져 있다. 몰리는 모든 걸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뜻하지 않은 고통에 봉착하지만, 그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가족들은 염려와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언제나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면서 완벽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서로에게 주어진 짐을 덜어서 나누며 하나를 이루어 가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 주고 있다. 즉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옹송그리고 있음을, 단지 내가 미처 깨우치지 못하고 있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