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 또 없습니다,
무색소 저염식 순애소설
도쿄의 건축디자인 사무소에 다니는 사토루는 요즘 사람 같지 않다.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디지털기기 사용이 전혀 달갑지 않은 30대 독신남이다. 요양원에 홀로 있는 노모가 늘 걱정이지만, 퇴근길에 오랜 친구의 시답잖은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한잔하는 것이 유일한 낙.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카페 ‘피아노’에서 신비로운 여성 미유키를 만나 한 순간에 마음을 빼앗기고, 서로 연락처도 나누지 않은 채 목요일 저녁마다 만나기로 약속한다. 급작스런 업무와 출장으로 몇 주 째 그녀와 만나지 못하자 애절한 마음은 더해가고, 출장 중 날아든 노모의 비보. 실의에 빠진 사토루는 다시 만난 미유키의 품에서 어머니 같은 따뜻한 정을 느낀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녀에게 점점 빠져드는 사토루, 오사카 전근을 앞두고 프러포즈를 결심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미스터리의 여인 미유키는 대체 왜, 그날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토루는 영혼의 동반자 미유키와의 사랑을 끝내 이룰 수 있을까?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만화 같은 순정소설
가끔 웃음이 터질 정도로 재미있다. 중간중간 콧날이 시큼해지는 감동이 있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알찬 전개와 구성이 일품이다. 남녀 주인공의 아날로그적 만남의 약속 설정, 감동적이고 눈물 나는 드라마틱 순애보, 개그 콘서트를 보는 듯한 친구들의 만담,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양원의 노모 스토리,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계의 훈훈한 화해가 주요 테마. 작가 본인의 순탄치 않은 성장과정에서 어머니와 얽힌 유명한 일화들이 많은데, 그 감동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본격 문학의 문장미는 없지만 웹소설 만큼이나 빨리 읽히고, 스토리와 플롯, 캐릭터가 완벽하며, 천재 감독답게 감정선을 건드리는 노련함이 압권이다. 감독 스스로 영화화를 공언하였다.
성욕이 개입되지 않고도 완전한 사랑은 가능하다
"서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만날 수 있어요."
“요즘 인간관계는 너무 쉽게 연락을 주고받잖아. 그래서야 고민하거나 걱정하는 심적 갈증이 없지. 시대를 거스르는 아날로그적 교제, 그게 진정한 연애일지도 몰라.”
아마 이것이 작가의 창작 동기일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소중한 것은 불편과 번거로움이 따르기 마련이고, 갈증이 쌓여야 에너지가 되는 법. 주인공은 그래서 매번 고민도 걱정도 하면서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기꺼이 불편을 감수한다. 만나는 순간 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재회할 때마다 보람마저 느낀다. 성욕에 지배되는 것도 없다. 작가의 이상적인 연애관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