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을 좋아하는 사람의 여행, 끝나지 않는 인생의 아이러니
시적인 가사로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는 뮤지션이자, 누구도 살피지 않는 작은 마음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작가, 오지은. 그가 출간과 동시에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익숙한 새벽 세시』 이후 3년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오지은은 이 책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한다. “구석에 파묻혀 있는 걸 좋아하면서 또한 여행을 좋아하다니. 아이러니와의 계속되는 싸움이다.” 그의 말처럼 “혼자 울적하다는 이유로 맛있는 것도 먹지 않고 낯선 곳에서 긴장하고 불안해하다 좋은 순간을 놓치겠지만, 알면서도 또 짐을 싸고 여행을 떠나니 괴이한 일이다. 그래도 여행. 대체할 것이 없다.”
이번 오지은의 유럽 기차 여행은, ‘그냥 잘 쉬고, 그냥 신기해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론리 플래닛의 앤서니 헤이우드가 꼽은 ‘유럽 최고의 기차 풍경 베스트 10’ 중에서 선택한 4개의 노선을 포함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겨울 알프스를 보고 이탈리아의 초봄을 느낄 수 있는 기차 여행을 계획한다. 오지은은 전작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서 ‘달라지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로 기차 여행을 떠났었다. 하지만 이번 기차 여행은 ‘그냥 즐겁고 싶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그래서 이번 에세이는 전작보다 더욱 담백해졌다. 소설가 정세랑의 표현대로 “오래된 기차 의자의 감촉과 크루아상의 바삭거림, 객실 안과 밖의 기분 좋은 온도차, 햇빛과 눈, 마주쳤던 사람들의 눈빛”에 대한 묘사는 여전하지만, 담담해졌다. 하지만 이 담백함이 전하는 슬픔은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