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때 일본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이 가정과 다른 선택지를 살펴보는 것은 미래의 길을 묻는 일이다
1932년 국제연맹 조사단, 1940년 삼국동맹, 1941년 미일교섭
태평양전쟁으로 나아가기까지 일본에 주어진 세 번의 기회와 결정
E. H. 카가 그 유명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교훈을 남긴 이래로, 많은 이들에게 역사란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 되었다. 대학에 입학하면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신입생은 저 유명한 책을 읽으라고 강요받아 딱 저 한 문장만 기억에 남을 독서를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또한 많은 이들에게 ‘역사’란 1884년 갑신정변, 1894년 동학농민운동, 1904년 러일전쟁, 1910년 한일병합 등 앞서 일어난 사건의 순서를 외우는 일이다. 학창시절, 연도뿐 아니라 날짜까지 외우라는 요구를 받고 역사에 흥미를 잃은 이들을 도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역사’란 교훈과 재미(있는 혹은 없는) 사이에 갇힌 채 덕후들의 놀이터가 되거나 정치가들의 싸움터가 되는 것으로 그 역할이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일본 도쿄대학의 가토 요코 교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이미 정해진 과거에 ‘만약’을 가정하고 실제 결과와는 다른 선택지를 살핌으로써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