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이 시적 긴장(tension)을 이루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움의 삶은 실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실제 눈으로 ‘보고’, 실제 귀로 ‘듣고’, 피부로 ‘닿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시적 긴장에 닿을 수 있다. 관념이나 타성에 기대 사는 사람은 진짜 ‘그리움’을 소유할 수 없다. ‘그리움’은 관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다. 멀리 있는 것들을 놓아버리지 않으려는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그리고 ‘밝은 눈’으로 보고 ‘맑은 귀’로 사물과 현실의 실체를 보려는 쉼 없는 탐색은 언제나 ‘사물’에 이어져 있다. ‘사물’에 닿아 있는 동안 우리의 삶은 연하고 보드라우며 따뜻한 봄날의 양지쪽이다. [……] 요즘의 한국시가 이렇게 잡다한 수사와 요설로 길어진 현상은 문학수업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인이 시 창작 과정에서 간명한 구조를 발견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존재해야 할 유일의 구조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야 말로 시인이 평생의 ‘일’로 감당해야 할 ! 과업이다. 시의 형상화란 ‘존재해야 할 유일의 구조’를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시인의 산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