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인간의 뒤편과 이면을 끝까지 파헤치는 작가 안보윤 새책. 2005년 장편 『악어떼가 나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한 안보윤은 2009년에는 장편 『오즈의 닥터』로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장편 『사소한 문제들』을 낸 데 이어, 올해는 문예 계간지의 장편 연재를 새로 시작했다. 장편소설 『우선멈춤』은 바로 “장편 작가” 안보윤이 내놓은 또 하나의 야심작이다.
성추행 상습범인 가장, 불륜과 가출을 일삼는 엄마, 원조 교제로 임신과 낙태를 경험한 딸, 학교 폭력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왕따 아들. 이 4인의 “막장 가족”을 비롯해, 여기에 한술 더 떠 습관적으로 영아를 살해 혹은 유기하는 상담 교사, 불법 낙태 시술사와 그녀의 망나니 아들 등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은 인연의 질긴 실타래 속에서 저마다 얽히고설켜 있다. 『우선멈춤』에서 가족은 “조건부 임시 고용인”에 불과하고, 호적은 “임시 고용계약서”에 다름 아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들로 인한 상처가 이들 모두를 괴물로 만든다. 이 소설이 공들여 서술하는 것은 ‘최후의 가족’이 아니라 ‘가족의 최후’다. 치밀한 플롯을 따라 가족들의 죄와 상처는 심화되고, 가족의 불행을 최적화하며 최대화한다. 이 작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족의 몰락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시종 넘치는 긴장감과 함께 잔혹할 만큼의 사실적 묘사로 거침없이 몰아붙이며 모자이크를 촘촘히 맞춰 나가는 안보윤 특유의 잔혹 서사는 『우선멈춤』을 또 하나의 문제적 작품으로 등극시키며 이 계절, 독자들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 것이다. 이들 “막장 가족”의 최후, 가족 이후에 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