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만나고 스치는 단어를
다듬고 의미를 보태어 책으로 부풀리는
고독하고 겸손한 여정
책의 저자 차병직은 헌법 해설서 『지금 다시, 헌법』으로 주목받은 인권변호사이지만, “책 좀 읽는다는 진지한 독자”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보기 드문 다독가에 빼어난 산문가로 알려졌다. 소설가 함정임은 그를 가리켜 “문인을 긴장시키는, 문인을 애독자로 사로잡는 비문인”이라고 말한 바 있고, 고종석 작가는 “사는 동안 1만 권 넘는 책을 읽을” “절륜의 독서가”로 꼽았다. 그 찬사가 과장도 호들갑도 아님을 이 책은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단어를 붙들어 단어로부터 흘러나오는 생각을 200자 원고지 5매 내외 분량 안에 담아본다, 가 책의 콘셉트였다. 단어들은 책 안팎을 드나들며 저자의 내면과 만나고 스치며 문장으로, 한 편의 글로 제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 과정은 실로 경이로웠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낯선 문법이었으며, 문장은 목적 없는 순례자처럼 자유분방했다. 초고가 들어오면 으레 이루어지는 원고 회의는 유례없이 달뜬 흥분으로 차올랐다. 저자는 단어들을 먹기도, 날려 보내기도, 쓰기도, 지우기도 하면서 단어들이 쏘아 보낸 시그널을 겸손히 받아 적었다. 그 고독한 여정을 언어로 표현해낸 결과물이 이 책 『단어의 발견』이다.
가독성 있고 톡톡 튀는 글들이 유행하고 사랑받는 요즘이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 사유가 치밀해 느리게 읽을 수밖에 없는 글들을 사랑하는 독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습관이 아닌 의지로 혀에 굴리는 낯선 나라의 말처럼, 『단어의 발견』은 “정신의 근육”을 부단히 놀리며 읽어나가야 하는 책이다. 범접할 수 없는 사유와 폭발적인 문장이 식도에서 위장까지 맵싸하게 훑으며 모처럼 깊은 독서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진지한 독자’들을 위한 선물 같은 책이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