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위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밀어 올렸다.
그리고 몇 번의 비바람이 몰아쳤다.
커피가 만연한 요즘에, 짙은 카페인에 가려진 은은한 국화차 향을 맡은 적이 언제였을까? 차도 그 시절의 유행이 있듯, 시(詩)도 나름의 판도가 존재한다. 코끝을 찌르는 아메리카노 같은 시 사이에서 이 국화차 향이 나는 시집, 『파란을 넘어서』는 그 향을 쉬이 내보이지는 않겠지만, 책장을 덮었을 때는 비로소 그 내음으로 흠뻑 젖을 수 있는 시집이다.
시인 김유미는 ‘공감’을 대표하는 여러 시들로 섬세하지만 강단 있는 어조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때로는 사랑을 탓하기도 하고, 때로는 세월을 탓하기도 하며 정형화된 시상과 현대의 시상을 넘나 들어 풍부한 어휘를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