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창문이 비밀처럼 열리는 아침”, 나는 이마에 내려앉는 햇빛을 훔치며 눈을 뜬다. “젖은 맨발이 있는 밤”을 마침내 지나서야 그 사소하고 비밀스러운 시간이 내게로 온 것이다. 나는 머뭇거리며 도처에 박혀 있는 희미한 냄새도 맡는다. 조금씩 살아나는 감각을 느끼는 것은, “멈춰버린 시곗바늘을 가만히 밀어” 보는 힘이 아닐까. “내 안에서 녹고 있는 봄의 사막을 향해” 투박하게 걸어가는 가는, 저 “모서리가 접힌 죽음”들이 나는 아득하도록 참혹할 뿐이다. 살아 꿈틀대는 삶으로서 여기에 있는, 윤옥주의 시들을 읽으면서 나는 오래되어 지겨워진 ‘나’를 다시 불러낸다. “끝없는 새로운 시작의 불확실성”(블랑쇼)을 긍정하는 시인에게, 시란 먼 곳까지 걸어가고, 멈춰 서서 바라보며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생활의 모든 순간이다. 세상의 모든 당신들에게 “입을 맞추고 여백을 만”들어내는 집중과 황홀이다. 비로소 눈을 뜬 아침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눈 내리는 숲에서/ 이제 나는 오래 된 참나무 아래 묘비명으로 서 있네”라는 문장에서 나는, 내 속의 그 많은 울음을 견디며 가장 멀리까지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