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기껏해야 게으른 선입견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 우리 젊은 세대들이 유교에 대해 갖고 있는 뻔한 인상과 닿아있었을 것입니다. 지나간 시대의 논리에 완고하게 천착하며 새로운 흐름을 거부하는 지역이리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안동에 온 후 다시 한 번 섣부른 판단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습니다.
안동은 낙동강의 흐름처럼 유유하고 아름다운 고장이었습니다. 강변의 백사장 위 겹겹이 이어지는 단애의 풍경은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였습니다. 수백 년을 버틴 고택 앞에서 ‘지나간 시대’란 존재하지 않았고, 오래된 집을 아끼며 변함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할 정도의 여유가 느껴지는 도심의 공기가 좋았습니다. 이 느긋한 리듬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한 나라의 사상적 근원이었다는 오랜 자부심 때문일까요? 적당히 넉넉하고 풍족한 지방 소도시 특유의 분위기일까요?
안동을 떠나올 즈음, 우리는 나름의 답을 얻었습니다. 안동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 전체가 품고 있는 묵묵하고 고집 어린 태도였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큰 책임을 안고 살아온 문중의 종부도, 하회탈 장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미술가도, 원도심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젊은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동의 사람, 안동의 골목, 안동의 자연 속에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요란함 대신 편안하고 깊은 품위가 있었습니다. 제게 안동은 적어도 ‘한 달 살기’ 정도는 꼭 한 번 실천해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 품위를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낙동강 물돌이를 지나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 병산서원에서 오래 앉아 바라보는 풍경,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들고 석양 아래 원도심을 천천히 걷는 시간.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안동 여행이 거기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