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즉위하기 전 왕세자였던 정조와 정조의 서연을 담당하도록 임명된 홍대용이, 약 300일 동안 정조의 서연에 참석해 나눈 문답을 기록한 「계방일기」의 첫 완역이다. 정조의 공부방에서는 유교 경전을 텍스트로 강론을 벌이며 조선 최고 지성들의 학문의 깊이와 사유의 폭을 보여주는 수준 높은 문답이 오간다. 또한 「계방일기」는 여느 경연일기나 서연일기와 달리 방 안 풍경, 세손의 표정, 잡담 같은 소소한 일까지 세밀하게 묘사해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정통 유학자이면서도 실용을 중시했던 홍대용과, 이후 조선의 르네상스기를 이룬 정조의 대담을 통해 그들의 서로 대비되고 때로는 합치하는 학문관과 정치관을 살펴볼 수 있다. 정조는 홍대용의 자질을 시험하기도 하며, 정치적 속내를 숨긴 영악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홍대용은 그럴 때마다 흔들림 없이 정론을 펼치며 한결같은 선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군신 간의 예의는 갖추되 서로 공방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흐른다. 또한 이 책에는 송시열, 홍국영,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외척들, 영조, 박지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그 전후 시기의 역사도 다루고 있다. 철저히 사료에 근거해 고전과 역사, 인물을 재해석한 역사 인문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