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부터 한일병합까지 7년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이 시기는 짧았던 대한제국 13년 역사의 후반부에 해당하며, 거대한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에 하염없이 휩쓸려 들어간 식민지시대의 전사이기도 하다. 일제에 병합당한 대한제국의 근본적인 한계는 짧게는 서양문명과 조우한 개항기부터, 길게는 조선왕조 5백 년의 역사적·문화적 전통에서 비롯된 장기구조사적 원인에 기원하고 있다. ‘왜’ 대한제국은 일제의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질문이 자칫 공허한 패배주의나 운명론, 추상적인 반성과 다짐으로 귀결되기 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저자는 ‘왜’를 묻기에 앞서 ‘어떻게’라는 질문부터 충실하게 채워나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할 일임을 역설하고 있다. 실상을 알아야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말할 수 있고, 누가 무슨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 준엄한 역사적 심판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5백 년 왕조가 무너지고 이민족 지배로 권력이 교체되던 그 시기, 대한제국의 지배 세력은 어디를 바라보고 어디로 움직였는가. 한반도 통치 권력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이동했는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문화재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