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부한다. 법과 종교와 의료가 결정하는 죽음을.”
죽음을 앞둔 말기 암 저널리스트의 ‘죽을 권리’에 관한 마지막 기록
그리스 언론계의 요직을 두루 거친 알렉산드로스 벨리오스가 2016년 9월 세상을 떠나자 그리스의 여러 매체에서 그의 부고를 알렸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말기 암 환자였던 그의 사망 소식에 사람들이 더욱 놀랐던 것은, 그의 사인이 병으로 인한 자연사가 아닌 ‘비非조력 안락사’ 다시 말해 자살이라는 점이었다. 견디기 힘든 통증은 물론이거니와, 어느 순간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어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인 그는, 자신이 선택할 최선의 길이 바로 안락사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가 원했던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죽음에 이르는 약을 투여하는 것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의 방법으로 자신이 스스로 투여해서 죽을 수 있도록 약을 처방해주는 ‘조력죽음’을 허용해주길 요청하였다. 그러나 법 체제로도, 의료제도에서도, 종교 교리적으로도, 안락사와 관련된 어떠한 행위도 살인죄가 되는 그리스에서 그의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든 요청과 노력이 거부되자 그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스위스에 있는 조력죽음 단체에 마지막 도움을 청하게 된다.
이 책은 그의 모든 요청이 거부된 뒤 집필하기 시작해 그가 자살하기 3개월 전에 그리스 현지에서 출간되었다. 죽음을 앞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딱 두 가지, 즉 ‘다가오는 죽음에 의연히 맞서기’ 그리고 안락사의 필요성에 대해 온힘을 다해 역설하는 것으로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책이 출간된 이후의 자살 직전까지, 그는 바스라질 것 같은 몸과 정신을 이끌고, 자신의 무기인 글뿐만 아니라 방송이나 SNS 등의 미디어를 통해 ‘죽을 수 있는 권리(Right to Die)’를 외치며 안락사를 향한 사회의 인식과 제도가 개혁되기를 강력하게 부르짖었다.
그가 죽기 하루 전에 촬영한 페이스북 동영상에는 손수 작별노트를 읽으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렇게 말한다. “내게 남은 시간은 이제 몇 주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급격히 퇴행하게 될 내 상황을 직시하면, 맑은 정신으로 떠나기 위해서 여기에서 끝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온하게 떠난다. 나는 품격을 지키고 살았고 이제 품격을 지키며 죽음을 선택한다.”
그리고는 주위 사람들을 모두 물러나게 한 뒤 스스로 약을 투여하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받을 상처를 배려하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죽음을 선택할 권리야말로 개인의 자유를 궁극적으로 실천하는 행위’임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