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는 16세기에 시작된 종교개혁 신학이 바야흐로 만개했던 시기입니다. ‘오직 성경으로’라는 기치로 시작된 16세기 종교개혁의 신학과 전통이 구체화되고 체계화되어 탄탄하게 뿌리내렸던 그 시기를 일컬어 정통주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개혁은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 이후의 많은 신학자들이 종교개혁과 우리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담당했었다는 사실은 간과합니다. 단언컨대 17세기의 신학자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개신교 신학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개혁파 신학은 칼뱅 한 사람만으로는 그 체계가 완성될 수 없었으며, 칼뱅의 후계자들이 그를 계승하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7세기가 신학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17세기 신학이 논리적 정확성에만 사활을 걸고 무미건조하면서도 한계에 봉착한 사변적 신학에 불과한 것처럼 오해를 받아왔습니다. 이런 오해를 받는 여러 가지 이유들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오늘날의 가치관과 문화관으로 그 시대를 오롯이 이해하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과 언어의 생소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 시대의 주요 신학 작품들 대부분은 라틴어로 저술되었는데, 이들 중 영어나 다른 유럽의 언어로 번역된 것이 극히 일부분이고, 더구나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더더욱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라틴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17세기 신학이란 그야말로 비밀 정원과 같이 철저히 감춰진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7세기의 신학자들은 매우 경건했을 뿐 아니라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여 그들의 시대에 맞는 학문 방법론으로 종교개혁 신학을 조직화하고 발전시켰습니다. 이 책의 독자들은 개신교 신학의 역사적 맥락을 살피면서 17세기에는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정통주의 신학자들이 왜 우리가 보기에 심오하고 난해한 질문들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17세기 스콜라주의가 중세의 스콜라주의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17세기 신학이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신학과 신앙을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 왔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입문서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칫 건조해 보이기 쉬운 17세기 신학을 독자들에게 생생하면서도 친절하고 흥미롭게 전하고자 직접 유럽을 여행하면서, 17세기 신학 및 신학자들의 흔적을 기행문 형식으로 서술했습니다. 그리고 17세기 문화와 신학의 생소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당시의 문헌을 라틴어에서 한국어로 직접 번역하여 그들의 언어를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이 책은 17세기 정통주의 신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17세기 신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알려주는 친절하고 구체적인 지침서의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또한, 더욱 깊이 있는 연구와 폭넓은 학술적 내용을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부록에 17세기 신학을 개관하는 글을 담았고, 더 깊은 공부를 위한 도서와 참고 자료 목록, 17세기 연대표도 함께 실었습니다.
2017년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와 출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종교적 현실은 개혁의 동력을 갉아먹으면서도 여전히 개혁이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일러줍니다. 종교개혁자들의 후예라고 자처하는 이들이라면, 종교개혁과 종교개혁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으려고 몸부림쳤던 종교개혁 이후의 신학을 기억해야만 할 것입니다. 부디 이 책이 지금의 자리에서 17세기 신학을 살피는 독자들에게, 바른 신학과 바른 신앙의 정신을 어떻게든 지켜 내려고 했던 역사적 몸부림을 머리와 마음에 다시 한 번 새겨주면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개혁의 발걸음을 내딛는 일에 일조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