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는 평범한 불행이 그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절대적이고 특수한 일인지 다시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잊었던 순간의 기억들이 돌아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것만 같았다. 너만 그랬던 건 아니야, 속삭이듯이.”
최은영(소설가)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평을 들으며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앨리스 먼로는 이제 한국 독자에게도 그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작가가 되었다. 이번에 소개되는 『착한 여자의 사랑』은 199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작품세계가 한층 원숙해지고 무르익은 먼로의 중·후반기 대표작 중 하나다. 먼로에게 처음으로 길러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이 소설집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트릴리엄 북 어워드까지, 총 세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착한 여자의 사랑』에는 표제작 「착한 여자의 사랑」을 비롯해, 「코테스섬」 「자식들은 안 보내」 「우리 엄마의 꿈」 등 총 여덟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1950~60년대 캐나다를 주 배경으로(「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처럼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도 있다) 하는 이 소설들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평범한 여자들이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억압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민감하게 감지해내지만,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한다. 앨리스 먼로는 이런 여성들의 삶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사랑, 그 사랑의 모호함, 예기치 못한 길로 인도하는 열정, 격식을 차린 사회의 표면 아래 도사린 긴장과 기만, 그리고 이상하고도 종종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예리하면서도 명징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