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던 책이였습니다.
빨간색 표지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분위기의 일러스트가 띠지에 담겨있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어왔던 책 제목.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익숙한 일러스트 분위기라 싶었는데 바로 인디고 출판사였고,
기존에 인디고의 '빨간 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작은 아씨들'을
작업하셨던 김지혁 작가님이셨습니다.

더군다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욕심내는 책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책을 일러스트 한 장으로 표현했다니 당연히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요.
읽어본 책이라면 어떤 그림으로 표현했고, 공감할 수 있을지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면 어떤 그림으로 궁금함을 줄지 기대되었습니다.

'청춘의 조각들', '낮과 밤', '차마 떠나지 못하고'라는 3가지 주제로 나뉘어서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고 있었고, 읽어본 책들, 읽고 싶던 책들, 읽지 못한 책들등
많은 책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책 내용에 대한 분석이나 자세한 줄거리의 소개가 주를 이루었다면 지루했을텐데
마치 저자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 에세이 형식의 편안한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책에 대해서 표현한 일러스트 보는 재미도 역시 쏠쏠하더라구요.

창가의 토토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어렸을때 읽었던 책들인데
지금 다시 읽으면 어렸을때의 추억과 함께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렵다고 느꼈던 상실의 시대, 죄와 벌, 해변의 카프카등은
근사한 긴장감을 준다는 표현에 끌려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저는 느끼지 못했던 근사한 긴장감이 과연 무엇일까요?

중간에 side story로 책과 관련된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았습니다.
잠깐 쉬어가는 코너의 역할을 해주었지요.

책에 관한 책을 읽을때면 늘어나는 위시를 적는 욕심에 정신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을때는 그림과 섞여 전체적으로 안락한 분위기가 있었고,
편안한 문장체와 이야기인듯한 글들때문에 참 여유롭게 읽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게 만든 책.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을 늘어나게 만들어 준 책.
책과 함께 예쁜 일러스트를 만나 볼 수 있는 책.

오랜만에 좋은 책들과 여유로운 마음까지 선물받은 느낌입니다.

몸 안의 배터리가 방전되서 무기력해 있을 때, 책장의 책들에서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던 부분만을 천천히 훑어보며 힘을 내곤 합니다.
그곳엔 문장과 함께 깊고 아름다운 저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 37p

좀 더 괴로워하고 방황해도 괜찮아. 스무 살이라는 건 그러라고 존재하는 거니까.
시간이 지나보면 조금은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을 거야. - 41p

사람들은 자신이 지치고 힘들 때 믿고 신뢰하는 사람에게 기대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남이 해결해줄거라는 믿음보다는, 혼자서 짊어지기 힘든 무게의 감정들을 잠시 내려놓고

따뜻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 86p

보이고 들리는 것 이상의 어떤 것을 찾기 위해 너무 깊숙이 파고드는 건
자칫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해하려는 관점보단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자세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취향의 차이에서 오는 갭은 존재하겠지만 너무 군중심리에 이끌려
두리번거이며 방황하기보단 자신의 심장이 이끄는 대로 말이죠. - 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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