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독이 아닌 음독을 위한 문장들로 흥청망청 한바탕 노는 놀이의 시
1997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진수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서 시는 홀로 묵독하는 것이 아닌, 함께 부르는 ‘합창’이자 흥청망청 섞여 노는 ‘놀이’임을 보여 준다. 진수미의 시는 서정시라 할 만큼 일인칭 화자의 섬세한 정서를 표출하면서도, 실험적인 시들의 문법을 보여 주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낯선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시 안에서 서정의 감성과 반서정의 지성이 서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시를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이미지들이 가라앉고 어둠 속에서 ‘울림’이 길게 들려온다. 이러한 반향과 잔향들은 화음을 이루어 다양한 음악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소리가 자신의 목소리였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감각과 상상력은 확장된다. 진수미의 시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 ‘울림’으로, 애초의 소리를 기억하게 하면서도 늘 새롭게 창조하는 소리이다. 진수미의 시는 혼자 쓰고 혼자 읽는 외롭고 고독한 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읽고 함께 부르며 함께 놀고 함께 씀으로써 마침내 함께 울리는, 새로운 시쓰기/시읽기 방식을 보여 준다.